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일상] 우리는 가슴만으로 사랑했네


사비나 앤 드론즈    
1집 Gayo    

- 우리는 가슴만으로 사랑했네 -    

...    

 

2월이네.
1월은 도대체 언제 지나간거지?? 기억이 안나. 무얼했는지...

매일매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던 하루하루.
익숙하다는 것은 편하고 좋은건데...시간이 흐르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건 별로 좋은것 같지 않아.
시간만 무섭도록 빨리 지나가고 기억에 남는 건 하나도 없으니 말야.

원래 1월에 눈이 펑펑 내리면 바다나 보러 갈까 했는데
이렇게 여행이야기가 아닌 그냥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 보니 1월 내내 서울에만 있었던게 맞긴 맞나봐.

이상해.
예전 같지가 않아.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가 같아.
봄이 오면 좀 나아질까?

...



추운 겨울. 방구석에서 보내는 시간들.
멍~하니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하고
앉은건지 누은건지 당췌 알수없는 어정쩡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또각또각 마우스 클릭질을 해대던 그런 날.
이리저리 서핑하다 우연히 다시 보게된 시 한편.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

90년대 한창 인기가 있던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 시리즈.
뭐랄까...옛 친구를 우연히 정말 오랜만에 만났을 때, 그 반가운 느낌?!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도 당시 펜팔친구가 생일선물로 보내준 도서상품권으로 샀던 시집인데...
어디다 뒀더라...??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에 책장을 뒤적뒤적~ 드디어 찾아낸 세 권의 시집. 홀로서기 1. 2. 3.
그 후로 홀로서기 5까지 나온걸로 아는데, 암튼.
아마 중고딩 시절이었던것 같다.
사춘기 시절. 아...나도 한때 시를 읽던 남자였구나!! 오....

어렵지 않으면서도(정말??) 가슴에 팍팍 와닿던 그 글귀들~




오랜만에 조심스레 다시 책장을 넘겨본다.
그 때 느꼈던 그 감정들을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은 두근두근...

그 당시 어린 나이임에도
나름 모든걸 다 이해하는척 고개를 끄덕이고 음미하고 감탄하며 읽었었는데...
나이를 훌쩍(?) 먹어버린 지금.
어떠한 느낌으로 다시 다가올지 사뭇 궁금했다.

아... 음... 아...

어릴 때 가사의 내용도 모르면서 흥얼거리던 애달픈 사랑노래를
어른이되어 다시 음미하며 들어보는 기분이랄까?

시는 글자 하나 변한것 없이 그대로인데 달리 읽혀지는건
아마도 내가 변해서겠지.

날씨도 추운 겨울.
이불이나 뒤집어 쓰고 음악이나 들으면서 시나 한 편 읊어보련다.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아~~ 겨울스럽잖아!!







홀로서기


                                              서정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홀로서기...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



2012. 02.
신고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 MOT, 나는 왜...  (2) 2012.03.30
[일상] 우리는 가슴만으로 사랑했네  (1) 2012.02.08
[일상] 나는 혼자다.  (12) 2012.01.16
[일상] 우울  (14) 2011.11.11
[일상] 서울은 흐림, 시간은 느림...  (7) 2011.10.29
[일상] 어느 하루.  (6) 2011.10.18
[음악] Electric, MOT  (0) 2011.09.06
[음악] 11 Over 8 , MOT  (0) 2011.08.06
[일상] 그냥...그렇다구...  (0) 2011.07.02
Trackback 0 Comment 1
prev 1 2 3 4 5 6 ··· 45 next